토스플레이스에서 카페를 창업하고 흑자를 내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렸을까요? 딱 7개월이었어요. 처음에는 예쁜 인테리어와 맛있는 커피만 있으면 손님들이 알아서 찾아올 줄 알았어요. 오픈 직후만 해도 찾아오는 손님이 적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오픈 후 1개월이 지나자 손님이 뚝 떨어졌습니다.
가장 먼저 돌아본 것은 저희가 놓여있는 ‘상권’이었어요. 역삼역은 전형적인 오피스 상권이에요.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카페들 사이에서 맛으로만 승부를 보는 건 어려웠어요. 간판이 없는 심플한 인테리어 때문에 오히려 손님들이 들어오길 망설이기도 했죠.
결정을 해야 했어요. 주변 상권을 따라가서 경쟁할 것인지, 우리만의 방식을 찾을 것인지. 저희는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심플리시티를 연남이나 성수에 있을 법한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으로 포지셔닝 해보기로 한 거죠. 메뉴의 수는 극단적으로 줄이고, 고객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수많은 실험이 시작됐습니다. 심플리시티의 첫 1년, 매출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경험을 소개할게요.
가격을 올려도 손님이 줄지 않았던 이유
저희는 매출을 개선하기 위해 무조건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보다, 객단가를 높이는데 집중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전체 상품 가격을 올리는 대신 옆 가게에는 없는 서비스를 제공했어요. 디카페인 무료 변경, 락토프리 우유 무료 변경, 샷 추가 무료 같은 것들이죠.

가격을 올리면 기존 고객들이 떠나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고객 친화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면 입소문을 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죠. 물론 단순히 감에 의존한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가격에 대한 고객 설문을 진행하기도 했거든요. 총 100명의 의견을 모아본 결과, 손님들은 우리가 책정했던 가격보다 더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결국 가격을 올리면서 매출은 개선되었지만 고객 이탈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하면 실패 확률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이었어요.
입소문으로 새로운 고객을 모으기
새로운 고객을 모으기 위해서 처음의 콘셉트를 조금 포기하기도 했어요. 간판도 없었던 가게 앞에 입간판을 세우고, 직장인 손님을 위한 선결제와 할인 쿠폰을 도입했거든요.

다만 모든 걸 상권에 맞추기보다는, 기존 단골들의 입소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기로 했어요. 가장 크게 도움을 받은 건 쿠폰이었어요. 예를 들어, 10% 할인 쿠폰을 받았다면 혼자 오시는 것보다 여러 명이 함께 방문하는 것이 더 이득이잖아요. 쿠폰을 쓰기 위해 주변 사람과 함께 방문하면서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새롭게 방문한 손님은 반드시 재방문 하도록 첫 방문 경험에도 신경을 썼어요. 원두를 6가지 중에 고르거나 시향을 하도록 유도하는 건, 사실 효율을 최우선으로 하는 오피스 상권에서는 흔하지 않은 선택이거든요. 대신 이 근방에선 저희 가게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되죠. 오렌지 아메리카노나 졸인 파인애플 같은 신선한 이름의 상품들도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데 큰 역할을 했어요.
테스트는 2주 동안
새로운 시도를 할 땐 한 번에 한 가지만 바꾸고, 최소 2주 동안 매출이나 고객 반응을 지켜봐야 해요. 그전에 가격을 조정하거나 다른 시도를 추가하면 매출이 오르거나 떨어지는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거든요.
테스트 대상은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 저희는 키오스크에서 보이는 메뉴 순서를 테스트하기도 했거든요. 카페에서는 대부분 키오스크 맨 앞에 아메리카노를 보여주잖아요. 저희는 그 대신 가장 팔고 싶은 메뉴를 먼저 보여주는 실험을 했어요. 그러니까 메뉴 판매량이 5배로 늘어나더라고요. 이걸 활용해 키오스크 맨 앞에 선결제를 보여주니까 선결제 매출이 20배 증가하기도 했어요. 이렇게 작은 실험 하나로도 매출이 크게 달라지기도 해요.

실패를 줄이는 방법
처음에는 주변과 경쟁하기 위해 전혀 다른 분야의 메뉴를 시도하기도 했어요. 젤라또도 만들어서 팔아보고, 에스프레소 메뉴도 준비해 봤는데 사실 반응이 좋지는 않았어요. 고객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저희가 하고 싶은 걸 했기 때문이죠.
이때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었어요. 우리가 하고 싶은 것보다 이미 잘 되고 있는 것에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죠. 지금은 신메뉴를 출시할 때도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는 걸 찾아봐요. 고객들도 SNS에서 봤던 메뉴를 실제로 보면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지금은 저희가 하고 싶은 것을 30%, 실제 잘 되고 있는 것을 70% 정도 비율로 두고 운영해요. 이미 시장에서 잘 되고 있는 것을 보고 가져와서 사장님 만의 터치를 가미하는 방식으로 시도하다 보면 실패 확률을 줄이실 수 있을 거예요. 사실 운영하는 입장에선 당연해도, 고객에게는 당연하지 않는 것도 많은데요. 사소한 것 하나도 고객 눈높이에 맞춰서 설계하다 보면 점차 설득력 있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